BJC 보도상

Special Award

CalendarSpecial Award분기별 BJC 보도상

BJC 보도상

[ 2023년 3분기 ‘BJC보도상’ 일반뉴스부문 수상 소감]

작성자
한국방송기자클럽
조회
630

[2023년 3분기 ‘BJC보도상’ 일반뉴스부문 수상 소감]

『 해병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보도』

 MBC   외 교 안 보 팀 :  홍의표, 장인수, 이덕영 기자
           스트레이트팀  :  이준희 기자                          


잊지 않는다면, 잊히지 않습니다


“어차피 지금만 반짝 관심을 가지겠지만…”

취재에 나설 때 제보자나 취재원들에게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직은 길지 않은 기자 생활 속에서도 숱하게 들었던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잊고 또 잊어버립니다. 기억하기 위해 잊어버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는 사연과 사건으로 우리의 머릿속은 꽉 차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잊지 않기 위해 기자는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무 살 해병대원의 죽음도 그런 사건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대민 지원에 나선 병사의 안타까운 사망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해병대가 구조당국과의 협의 내용과는 다르게 하천변 수색에 머물지 않고 수중 수색까지 나섰던 사실을 확인하면서,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정돼 있던 언론 설명회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취소되고, 한 점 의문 없이 진실을 규명하겠다던 해병대 수사단의 수장이 갑자기 보직 해임되면서 사건은 더욱 안개 속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러다 ‘사단장의 무리한 지시로 인한 압박이 장병들이 수중 수색으로 이어졌다’는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세상에 드러났고, 대통령실 등 ‘윗선 개입’ 의혹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받는 사건으로 번졌습니다.

해병대원의 순직 사건이 해병대 전 수사단장의 항명 사건으로, 이어 ‘윗선 개입’과 수사 외압 논란으로 번지는 일련의 과정은 이제 수사와 사법의 영역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사건 초기, 거의 모든 언론이 사건을 둘러싼 취재와 단독 보도 경쟁이 이어질 때 개인적으로는 마음 한편이 불편(?)하면서도 또 즐거웠습니다. ‘잊지 않으려는’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 발현되는 것이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이러한 관심이 사그라들 것입니다. 하지만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이번 보도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신 부서 선배들과 저희 보도를 지지해주신 뉴스룸에 감사드립니다. 지금 위치에서 오늘도 내일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BC 외교안보팀 홍의표 기자>



해병대 외압 미스터리.. 사라졌던 퍼즐 조각을 찾다 


우선 채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대통령 수사 개입 의혹’을 방송한 지난 8월 27일 <스트레이트>의 엔딩곡은 박효신의 ‘숨’이었습니다. 채 상병이 가장 좋아했던 가수가 박효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전북 남원에서 만난 채 상병 친구와 후배들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채 상병 어머니는 “너무 소중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젊은 해병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해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지시를 충실히 따랐던 수사단장이 ‘항명 수괴’로 몰렸습니다. 가장 이상한 건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이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결재한 수사 보고서를 바로 다음 날 ‘재검토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언론 취재도 거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스트레이트>는 박정훈 대령의 군 선배가 사건 초기 작성한 비공개 문건을 찾아냈습니다. 거기에는 ‘사단장이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는 수사 결과를 듣고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박 대령은 앞서 언론 배포 문건에서 ‘대통령 격노’ 부분을 일부러 뺐습니다. 그 퍼즐 조각 없이도 자신의 결백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저희의 사실 확인 요청에도 박 대령은 속 시원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관과 동료들은 박 대령을 거짓말쟁이로 몰았습니다. 박 대령의 믿음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결국, 그는 <스트레이트> 보도 이틀 뒤 군 검찰 진술서를 통해 ‘대통령 격노’ 발언을 직접 공개했습니다. 이종섭 장관과 국가안보실 관계자 등 ‘대통령 격노’ 발언의 경로로 지목된 인사들은 하나 같이 교체됐거나 교체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특검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단지 사라졌던 퍼즐 조각 하나를 찾아냈을 뿐입니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파헤치겠습니다.


<MBC 이준희 기자>